‘늑대인간과 지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늑대인간과 지진?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 힌트 하나를 드리자면, 늑대인간이 출몰하는 때가 언제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 바로 보름달이 휘영청 뜨는 밤이다.
보름달이 뜰 때 늑대인간이 늑대로 변한다는 사실은 물론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을 통해 자주 접하다 보니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처럼 돼버렸다. 그렇다면 지진은? 보름달이 뜨면 지진도 늑대인간처럼 갑자기 생긴다는 말인가?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그냥 웃고 넘어 갔었다. 하도 황당해서. 그러나 이제는 한반도에서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뭔가가 찜찜하다. 더군다나 이웃나라의 과학자들이 보름달과 지진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나서부터는 더 그렇다.
■ 보름달이 뜨면 조석변형력 강해져
보름달이 지진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한 과학자들은 일본 도쿄대의 연구진이다. 이들 연구진을 이끌고 있는 도쿄대의 이데 사토시(Ide Satoshi) 교수는 최근 들어 과학기술 전문 저널인 ‘네이처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지진 관련 논문으로 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사토시 교수가 지질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보름달이 뜨는 만조 기간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장의 근거로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의 시기를 조사한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는 1976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규모 5.5 이상의 지진 1만 1397건에 대해, 발생 직전 2주간의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의 위치 관계 및 조석변형력(tidal stress)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조석변형력’이란 밀물이나 썰물 같은 바다의 조류가 해저 지면에 가하는 힘을 말한다. 달이나 태양과 같은 지구 주변 천체들의 인력작용에 의해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바다 밑 해저에 강력한 힘을 전달하는 것이다. 발표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생했던 규모 5.5 이상의 대규모 지진 만을 골라서 2주 동안의 조석변형력 추이를 파악해 본 결과, 상당수의 대규모 지진들이 달과 태양의 중력이 특히 강한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규모 5.5 이하의 소규모 지진에서는 인력과 지진과의 별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도쿄대 연구진의 주장이 정말 사실일까? 사실 확인을 위해 21세기 들어 발생했던 대표적 지진들에 대해 조사해 본 결과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4년 2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지진에서부터 시작해 2010년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지진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을 마비시킨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까지 모두가 조석변형력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 대형 지진을 예측하고 대비하는데 도움
대규모 지진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확대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지진의 확대 현상과 관련해 학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이론 중 하나는 조그만 균열에서 시작된 지진이 점차 대규모로 균열되면서 그 세력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만약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보름달이 뜬 직후, 즉 밀물과 썰물의 차가 최대가 되는 한사리 기간 중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림. 달과 지구, 태양의 배치 구조(출처: NASA)